


요즘 들어 손이 자주 가는 니콘 F와 캐논 L1.
상태가 아주 좋은 신동급 위주로 바디를 수집했던 탓에 사실 카메라를 카메라처럼 쓰지 못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자고로 카메라는 사진찍는 도구이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우선 들고 나서 굴리는 게 맞지만, 진지한 수집가의 품에서 수십년을 관리 받으며 지내왔을 카메라가 내 손을 거치며 지나치게 닳게 되는 게 싫어 조심히 다룬다.
물론 너무 조심하며 쓰고 싶지 않아 애초에 세월의 흔적을 입은 카메라를 몇 개 들인 적이 있는데, 여기 니콘 F가 딱 그런 케이스다. 원래 페인트도 여기저기 벗겨지고 파인더도 깨끗하지 않았던 개체를 사서 고운 사포로 웨더링을 진행했다. 흐릿한 파인더와 다소 뻑뻑한 와인딩 레버는 충일카메라를 통해 해결했다. 오버홀 작업을 요청했던 터라 비용이 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캐논 L1은 온라인 장터에서 상태가 아주 좋아보여 들였으나, 막상 받아보니 리페인팅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역시 사포와 약품을 이용해 페인트를 벗겨냈다. 리페인팅된 개체는 페인트가 벗겨지면 크롬이 드러나 딱히 보기 좋은 편이 아닌데, 그냥 여기저기 과감하게 걷어내고 나니 종군기자가 사용했던 카메라 느낌이 자못 나는 것 같아 결과적으로 내 눈엔 상당히 만족스럽게 되었다.
이게 다 라이카가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