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집.
좋아하는 계절임에도 지난 며칠은 괴로운 마음으로 보냈다. 원고를 써야 했지만 마냥 책상 앞에 앉아있기 괴로워 정원을 정리했다.
학기 초 받았던 그의 메일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첫 수업을 빠지게 된 사정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제 와서 그 글을 다시 읽어 내려가니, 가족과의 짧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 입대하는 동생에 대한 걱정, 그 와중에도 해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마음이 먹먹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걱정할 것 없다”,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니 괜찮다”라고 회신했다. 답장을 쓰던 그때도, “입대하는 동생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뿐”이라는 말이 마음에 얹혔다.
그 기분, 그 심정 누구보다 잘 알아서.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고 형과 함께 호주에서 귀국하던 그 먼 길, 그때 비행기 안 공기, 아버지와 형을 두고 다시 호주로 들어가기 위해 떠나던 날의 마음, 졸업 후 늦은 나이에 아버지와 형의 배웅을 받으며 들어간 개 같은 훈련소.
그래서 그 날 메일이 좀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비보에 마음이 무너졌다.
며칠 전, 잡다한 일을 끝내고 함께 건물을 나서면서 “아침부터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하니, “이것저것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웃으며 말 끝을 흐렸던 걸로 기억한다.
왜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