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徽貞院 #1


오색버드나무 두께가 어느 정도 두꺼워져 주변 벽돌을 다 치웠다.
무화과 나무가 죽은 자리에서 아직 뿌리가 남아 새 가지가 올라온다.
앞뜰 잔디밭.
동백나무 묘목도 키가 어느 정도 자라 주변 벽돌을 치웠다.
이식 후 몸살을 앓던 비자나무도 슬슬 뿌리내림을 잘 해가는 것 같다.
키 큰 비자나무 두 그루 중 이식 후 상대적으로 더 고생하고 있는 녀석이다.
매년 키를 절반 이상 줄여도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는 목백합나무다. 시야 차단용으로 심은 것이긴 한데, 이웃집에 들어가는 해를 가릴까 싶어 가지를 많이 쳐냈다.

가을 집.

좋아하는 계절임에도 지난 며칠은 괴로운 마음으로 보냈다. 원고를 써야 했지만 마냥 책상 앞에 앉아있기 괴로워 정원을 정리했다.

학기 초 받았던 그의 메일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첫 수업을 빠지게 된 사정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제 와서 그 글을 다시 읽어 내려가니, 가족과의 짧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 입대하는 동생에 대한 걱정, 그 와중에도 해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마음이 먹먹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걱정할 것 없다”,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니 괜찮다”라고 회신했다. 답장을 쓰던 그때도, “입대하는 동생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뿐”이라는 말이 마음에 얹혔다.

그 기분, 그 심정 누구보다 잘 알아서.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고 형과 함께 호주에서 귀국하던 그 먼 길, 그때 비행기 안 공기, 아버지와 형을 두고 다시 호주로 들어가기 위해 떠나던 날의 마음, 졸업 후 늦은 나이에 아버지와 형의 배웅을 받으며 들어간 개 같은 훈련소.

그래서 그 날 메일이 좀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비보에 마음이 무너졌다.

며칠 전, 잡다한 일을 끝내고 함께 건물을 나서면서 “아침부터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하니, “이것저것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웃으며 말 끝을 흐렸던 걸로 기억한다.

왜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