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개월 전 내가 충무로 샵을 통해 팔아버린 M3를 구입한 사람의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가지고 있는 M3를 모두 꺼내 핸드스트랩도 달아보고 필름도 로딩해봤다. 당시 M10-R 신품을 구입하기 위해 수집해뒀던 M3 중 상태가 비교적 좋지 않은 것을 두 대 잡았던 것인데, 오늘 샵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두 대 모두 새 주인의 품에 안긴 듯했다.
그 중 하나를 구입한 사람의 블로그 포스팅을 우연히 보게 됐다. 역시 그가 보기엔 신동스러웠나 보다. 그만큼 좋은 개체만 수집해왔다는 쓸데없는 뿌듯함을 느낌과 동시에 당시 급하게 물건을 잡느라 손해를 많이 보고 팔았던 터라 이제 와서 뼈 마디가 조금 아파온다.
해당 바디를 내가 구입할 당시엔 그 상태가 95%로 책정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팔고 난 이후에는 97% 짜리 매물로 더 오른 값에 팔렸으니 ‘내 품에서 더 신동스러워진 것인가’ 싶어 혼자 좀 웃었다. 샵에서 내리는 컨디션 평가가 얼마나 주관적인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경우에 따라선 검수가 깐깐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겠고-
어쨌든 수치를 떠나 내가 방출한 M3는 모두 최상급이었다. 다른 샵이었다면 98%나 ‘S급’ 따위를 붙여 내놓았을 물건이다. 그냥 내 기준에서 셔터음이 조금 거슬린다거나 볼커나이트가 아주 미세하게 갈라졌다거나 또는 셀프타이머 레버의 원위치가 약간 틀어졌다거나 하는 작은 문제가 있어 방출대상이 된 것이었다. 사실 신경 쓰거나 손을 볼 필요도 없는 문제인데, 다른 개체들이 너무 훌륭한 탓에 그냥 밀려났다고 보는 게 맞겠다.
아직 필름 한 롤도 태우지 못하고 박스 안에 모셔져 있는 M-A도 공셔터 몇 번 날려보곤 다시 봉인해 두었다. 신품으로 들인 것이라서 그런지 뭔가 대단한 사진을 찍는 데 써야 할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부담을 느끼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