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徽貞院 #3


정말 오랜만에 중앙 소나무 전지 작업을 했다. 전지나 전정을 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무게를 이기지 못할까봐 급한 대로 멀리 뻗은 큰 가지를 잘라냈다.
앞뜰 배롱나무와 오색 버드나무 세 그루.
전정이 끝나고 주변에 떨어진 솔잎을 모아둔 게 저만큼이다. 잘라낸 가지만 1톤 트럭 하나 가득 나왔다.
나무 키가 너무 큰 탓에 마저 잘라내지 못한 가지가 아직 많다.

늦여름, 집.

지긋지긋하게 비만 내리던 여름이 이젠 물러가는지 가을 바람이 부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존함에서 한 글자씩 가져와 붙인 이름처럼 나에게는 언제나 ‘아름답고(徽) 곧은(貞) 집(院)’이다.

물론 손이 참 많이 가는 집이기도 하다.

대문 교체가 끝나면 주변 둘레석 작업을 해야 하고, 그게 대충 마무리되면 옥상과 2층 방수 작업도 해야 하고, 페인트도 칠해야 하고, 나무 전정도 해야 하고, 잔디도 깎아야 하고, 잡초 정리도 해야 하고-

정원이 딸린 주택은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손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집도 정원도 성치 못 하게 된다. 한 계절만 게으름을 피워도 속성수, 잔디, 잡초, 해충 등의 기세에 눌려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나무의 수를 줄인다거나 전디를 걷어내고 바닥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린다거나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정원이 딸린 집은 주변 환경과 끊임 없이 기싸움을 해야 하는 부담을 주지만, 잘 관리되어 깨끗한 집과 정원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즐거움과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2층 창까지 올라오던 이팝나무도 키를 절반이나 낮췄다.
맥문동 꽃. 손가락보다 짧은 모종을 사다 심었던 것이 이렇게 자랐다.
맥문동 꽃. 그 아래 아직은 푸릇한 열매도 보인다.
이식 후 몇 해 동안 뿌리내림을 잘 하지 못 해 애를 태웠던 주목나무가 이제는 열매를 맺을 정도로 잘 자라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다.
별로 화목하지 않은 우리집 황구 세 마리.
(왼쪽부터) 복실이, 순심이, 복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