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여름, 집.
지긋지긋하게 비만 내리던 여름이 이젠 물러가는지 가을 바람이 부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존함에서 한 글자씩 가져와 붙인 이름처럼 나에게는 언제나 ‘아름답고(徽) 곧은(貞) 집(院)’이다.
물론 손이 참 많이 가는 집이기도 하다.
대문 교체가 끝나면 주변 둘레석 작업을 해야 하고, 그게 대충 마무리되면 옥상과 2층 방수 작업도 해야 하고, 페인트도 칠해야 하고, 나무 전정도 해야 하고, 잔디도 깎아야 하고, 잡초 정리도 해야 하고-
정원이 딸린 주택은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손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집도 정원도 성치 못 하게 된다. 한 계절만 게으름을 피워도 속성수, 잔디, 잡초, 해충 등의 기세에 눌려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나무의 수를 줄인다거나 전디를 걷어내고 바닥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린다거나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정원이 딸린 집은 주변 환경과 끊임 없이 기싸움을 해야 하는 부담을 주지만, 잘 관리되어 깨끗한 집과 정원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즐거움과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