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아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조지 호수(Lake George) 풍경이다.
캔버라와 시드니를 오가는 길에 잠깐잠깐 봤던 드넓은 풍경으로만 기억하는데, 이런 구간이 있는 건 몰랐다. 머지 않은 때 호주를 방문할 수 있게 된다면 꼭 한번은 들러 보고 싶은 곳이다.
선생님께서는 바쁜 일상 중에도 댁 정원에 꽃이 만개하거나 하늘이 맑거나 하면 이를 사진이나 영상에 담아 보내주신다.
선생님과 캔버라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기억해주시니 그저 감사하다.
언젠가 선생님댁에서 하룻밤을 자던 날, 저녁식사 이후 선생님과 Adrian 선생님을 따라 애인슬리(Ainslie) 산을 올랐다.
옷을 얇게 입고 온 탓에 Adrian 선생님의 점퍼를 하나 빌려입고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쌀쌀했지만, 그 날 밤 캔버라 시내 야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음날 아침에는 선생님과 벌리그리핀(Burley Griffin) 호수 주변을 따라 조깅을 했다.
땀 나는 게 싫어 운동을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 날은 더 걷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호수 주변을 다 걷어 돌아와서는 Adrian 선생님께서 앞뜰 벤치에 준비해주신 레몬워터를 마시며 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어떤 때는 선생님과 Adrian 선생님께서 캔버라 근교에 있는 와이너리나 올리브 농장에 데리고 가주셨던 적이 있다. Adrian 선생님과 둘이서 클로나킬라 와이너리(Clonakilla Winery)에 놀러갔던 적도 있는데, 그때도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는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원 생활과 군생활를 꾸역꾸역 견뎌내는 동안 이런 기억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
멜버른에서의 8년 조금 넘는 시간 중 마음에 남은 좋았던 추억은 형과 함께 했던 시간이 거의 전부이지만, 캔버라에서의 4년은 단 한순간도 버리고 싶지 않을 만큼 소중하다. 어린 나이에 유학길에 올라 받았던 이런저런 상처가 캔버라에서의 시간을 통해 치유됐다고나 할까-
물론 2013년 8월 어머니를 갑작스럽게 보내드려야 하는 형용 못 할 아픔도 있었지만, 캔버라에 머물렀기에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한국에 남게 된 형에게는 아직도 정말 많이 미안하다).
틈을 주면 무너져 내릴까 싶어 학교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그 가운데 선생님도 계셨다.
이 골 깊은 그리움 때문에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유독 캔버라에서 맺게 된 인연에는 나름대로 정성을 쏟았다. 특히 ANU를 걸쳐 알게 된 친구들을 꽤 살뜰히 챙겼다. 사비를 써가며 공부모임을 꾸렸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다 부질없다 생각해 하나둘 비우고 버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캔버라에 계시는 선생님이나 한국에서 종종 뵙게 되는 PJJ 교수님, 동생이지만 배울 점 많은 JWJ 등 감사한 분들에 대한 마음만은 여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