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nack Syndrome


The definition of Barnack Syndrome,
바르낙의 아름다움에 빠져 극도로 불편한 조작감마저 즐겁다고 느끼는 라이카 중증.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라이카를 즐기기엔 바르낙만 한 게 없다. 사용감 많은 바디에 캐논 LTM 렌즈를 물린다면 민트급 니콘 FM2 보다 싸다. 다만, 많게는 90년 적게는 5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카메라이기에 오버홀을 염두에 둔다면 애초에 잘 관리된 깨끗한 바디를 구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그 만큼 비싸겠지만-

물론 현시점에 민트급 바르낙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가뭄에 콩 나듯 민트급 IIIg가 상점에 올라올 때가 있지만 거의 바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손에 넣기 어렵다.

나의 경우,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회현지하상가 S상점에서 민트급 IIf를 보증서와 함께 구입했고, 이후 근처 K상점에서 상태 98%로 걸어둔 IIIg 리페인트 바디를 데려왔다. 리페인트된 IIIg는 그 자체로 이미 민트급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외관 상태나 작동 상태는 훌륭하다. 같은 상점에서 미사용품에 가까운 Ig도 구입했는데, 크롬을 인위적으로 벗겨내고 스킨도 교체한 탓에 오리지널리티는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이후로 온라인장터에서 상태 좋은 IId를, 충무로와 남대문 여기저기서 깨끗한 IIf, IIIf, IIIc를 차례로 찾아 들였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바르낙은 아날로그 필름카메라 중에서도 특히 더 오래된 것이라 사실 기능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 하판을 완전히 열어 필름을 장전하고, 필름 와인딩은 레버가 아닌 노브를 사용한다. 바늘 구멍 같은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확인하고 어렵사리 초점을 맞춘 다음 매우 제한된 셔터스피드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M3와 함께 생산된 최후기 바르낙인 IIIg가 그 이전 바르낙들보다 기능적인 진보를 이루었다고는 하나 경험상 진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바르낙을 여럿 구해 사용해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려한 디자인과 손맛 때문이다. 장인의 손을 거쳐 생산된 수공예품이기 때문에, 또 수십년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관리되어왔기 때문에 셔터를 끊을 때 전달되는 느낌과 소리가 개체마다 다르다. 그 미묘한 차이에 감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르낙 신드롬의 대표적인 증상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