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뒷마당.다 큰 진돗개를 세 마리 키우면 저절로 생겨나는 오솔길. 좀 고루고루 밟고 다녀줬으면.습한 여름철 정원 돌바닥과 담벼락엔 이끼가 앉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가시박으로 추정되는 넝굴. 뽑아버리려다 힘겹게 올라가는 꼴이 좀 가여워 8월 중순까지만 살려두기로 했다.정원에서 가장 큰 소나무.소나무 아래 맥문동만큼이나 흔하지만 귀한 식물도 또 없다.비가 갠 뒤 앞마당.본의 아니게 강아지들 물그릇으로 사용 중인 돌절구.화단식 테이블에도 이끼가 앉았다.신발장에 놓여 있던 이름 모를 다육식물. 10년도 더 된 것을 아버지가 분갈이 해 정원에 두셨다.씨앗 자연 발아로 자란 동백나무 묘목이 장마철 참 열심히도 자란다. 동백나무 열매. 생긴 건 꼭 작은 모과나 무화과 같다.이번 가을엔 동백씨앗을 손으로 받아볼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길 기도한다.앞마당 소나무도 큰 키 때문에 머리숱을 솎아 내지 못한지 꽤 됐다.마당 곳곳에 뽑아낸 잡초가 산을 이룬다. 잡초와 벌인 전쟁의 흔적이다.수피를 벗는 배롱나무. 호주 유칼립투스 나무를 보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배롱나무의 햇가지는 뿌리에서 멀어 여름철이 지나면 쉽게 마르기 때문에 가지치기를 따로 하지 않아도 스스로 꼴을 갖춰 나간다.20년 넘은 대문을 철거하고 새 대문을 달고 있다. 틀부터 창살까지 아버지가 직접 철제 파이프를 재단하고 용접해 제작하신 대문이라 내겐 그 의미가 참 크다.기둥에 용접을 하고 하단 바퀴만 달아둔 상태다. 대문 중앙에 문빗장을 달고, 기둥 양 옆으로 담을 올리고, 대문 바깥 왼편에 쪽문을 하나 더 내고, 문이 열리는 곳 바닥을 다시 미장질하고, 대문과 기둥에 은색 방청페인트를 칠하는 과정이 남았다. 갈 길이 멀다.또 맥문동.보라빛 꽃 피운 맥문동. 언젠간 꽃이 흐드러지게 핀 맥문동 군락을 가져보고 싶다.여름철 맥문동도 좋지만, 가을겨울에 만나는 맥문동을 나는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