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IIS & IID


최근에는 캐논 레인지파인더에 흥미를 느껴 보유하고 있는 것들과 새롭게 들인 것들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여가를 보내고 있다.

사진 속 카메라는 라이카 바르낙 카피캣으로 알려진 IID와 IIS인데, IIS는 처음 필름카메라를 취미 삼기 시작한 무렵 남대문 H상점에서 민트급을 들인 것이고, IID는 지난주 온라인 장터에서 아주 저렴하게 구입한 녀석이다.

우선 IID는 파인더가 흐릿한 것 외엔 문제가 없다는 판매자의 말과 사진을 참고해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했고, 가벼운 마음만큼이나 상태가 좋질 못했다. 우선 하판이 미세하게 구부러져 장착 시 유격과 그로 인한 소음이 있는 것이 가장 실망스러웠고, 셔터막 상태도 기대 이하였다. 레인지파인더 이중상 창을 감싸는 테두리(?) 부분도 어디로 도망가고 없었다. 판매글을 다시 보니 사진상에도 해당 부품은 보이지 않아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 실수였지만, 상태 설명에 이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건 실망스러웠다. 필름 라와인더 놉이 헐거워져 덜렁거리고 셔터속도조정 다이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맛이 가버려 “역시 온라인 장터는 그냥 운빨”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렇다고 판매자를 원망하지 않는 건, 먼저 앞서 같은 판매자로부터 사들인 캐논 L1 상태가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IID 값이 바르낙의 1/10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냥 온라인 장터는 운빨임을 알면서도 또 한 번 자빠진 스스로를 탓할 뿐이다.

어쨌든 자체적으로 하판을 펴내는 건 성공했지만, 도저히 셔터속도조정 다이얼을 고칠 방법이 없어 분해 중에 그만뒀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수리업체를 통해 오버홀을 진행하면서 리페인팅을 해볼까 하여 그냥 벌려두었다. 바르낙 카피캣 중에서도 캐논 바디를 리페인팅한 건 여태껏 본 적이 없어 나름 신선할 것 같긴 한데, 그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니 좀 더 고민해볼 일이다.

IID는 중환자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IIS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IIS는 애초에 민트급으로 들였던 물건인데 구입한지 하루 만에 오래된 셔터막이 찢어져 구입처가 연결해준 충무로 모 수리업체에서 무상 수리를 받았다. 셔터막만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이기도 했고 그땐 카메라에 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 발견하지 못했는데, 어제 렌즈를 장착하고 보니 이중상이 최소초점거리부터 5m 사이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보니 수리업체에서 렌즈 마운트 아래 좌우로 장착될 부품을 상하로 끼워둔 것이 원인이었다. 어렵지 않게 고쳤지만, 이따위 실력으로 수리실 간판을 달고 돈을 버는 업자가 다 있구나 싶어 조금 화가 났다. 무상 수리라서 일부러 흔적을 남겨둔 것인가 싶어 헛웃음도 났다.

오래된 필름카메라를 수리하는 업자 중에는 (충무로의 ‘충일카메라’나 ‘카메라닥터’ 같은) master나 artisan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장인도 있지만, 용납하기 어려운 실수를 범하면서 얼렁뚱땅 대충대충 수리해 돈 벌기에 급급한 아재들도 있다. 물론 망할 레트로붐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니 마냥 서비스의 질을 따져 물을 수도 없지만, 절대 적지 않은 수리 비용을 생각하면 아재들의 만행도 문제는 문제다.

Canon I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