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7년 5월 출시된 캐논 L1은 그보다 1년 앞서 나온 VT 모델을 기반으로 한 레인지파인더(RF) 카메라로, 캐논 역사상 처음으로 상단 레버를 통한 필름 와인딩 방식을 채택한 모델이다. 그보다 앞서 출시된 캐논의 RF 카메라들은 상단의 회전 로브나 하단의 트리거(trigger)를 통해 필름을 와인딩할 수 있었다.
VT와 마찬가지로 후면을 완전 개방해 필름을 넣을 수 있는 ‘스윙 오픈 백’ 형태의 모델이라 전형적인 일본산 카메라의 편리성을 제공하며, 뷰파인더의 화각 조정 기능도 갖추고 있어 기능적인 면에서만 보자면 라이카보다 더 우수하다고 평가해볼 수 있다.
만듦새는 단순히 라이카 카피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며, 외관 역시 굉장히 아름답다. 전면부는 캐논 P나 7과 달리 로고나 셀레늄창이 없고 셀프 타이머 레버도 없다. 대신 원형의 저속 셔터 다이얼이 달려 있다. 심심하지만 수려하다.
셔터막 소재를 기준으로 전기형과 후기형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천 소재의 셔터막을, 후자는 내구성이 높은 스테인리스강 소재의 셔터막을 가지고 있다. 현시점에는 수리가 용이한 천 소재 서텨막을 가진 전기형이 여러모로 관리하기 편하다.

전면부에 ‘Canon’ 각인 로고가 박힌 P보다 L1이나 VL이 더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다. 또 개인적으로 P와 7에 달린 와인딩 레버에 불만이 많은 편인데, L1의 와인딩 레버는 VL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더 견고하고 레트로하다. 필름을 와인딩할 때의 손맛도 왠지 L1이 P나 7보다 더 좋은 것 같지만, 이건 아마 바디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L1은 필름 카운터를 수동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건 선호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난 후면 필름실을 열면 필름 카운터가 자동으로 리셋되는 진보된 방식보다 직접 필름 카운터를 돌려 맞추는 걸 좋아한다. 어차피 아날로그니까-
L1, VL, P 등 대표적인 캐논 RF 카메라들을 경험하면 할수록 라이카 M3 쇼크로 RF 카메라 생산을 포기한 당시 캐논의 결정을 점점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물론 M3의 우수성이야 더 설명할 것도 없지만, 캐논 RF 카메라는 라이카 카피로 보기 어려울 만큼 기능과 디자인적인 면에서 우수하다. 라이카가 현재까지 MP, M-A, M6 등 필름 RF 카메라를 생산하듯 캐논 역시 그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