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카 M10 블랙을 중고로 사용한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오늘 결국 M10 방출과 함께 M10-R 신품으로 갈아탔다. 추가적인 지출이 없게끔 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M3 두 대를 함께 보냈다. 그래서 오히려 돈을 좀 돌려받았지만 M3 구입가를 생각하면 어쨌든 손해다.
방출한 M3 두 대는 소유한 것 중에서 그나마 덜 좋은 개체였다(말이 덜 좋았지 다 민트급이라 어느 것을 골라 보내야 하나 몇 시간을 두고 고민했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한 대만 보낼까 고심했지만, 필름 값은 자꾸만 오르고 필름 카메라 가격 방어도 점점 안 좋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그냥 두 대를 잡았다.
다행히 최근 샵이나 온라인 장터에 상태 좋은 M3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어 기회가 또 닿는다면 좋은 개체를 들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수집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M10에서 M10-R로 넘어간 이유, 그리고 M11이 출시된 마당에 M10-R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필름 카메라와 달리 디지털 카메라는 상대적으로 고장에 취약하고 수명도 짧다는 점에서 중고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디지털 M 바디는 신품을 사용하고 싶었다. 그러다 M10-R 실버크롬을 현시점에 신품으로 살 좋은 기회가 생겨 이렇게 인연이 닿았다.
물론 처음부터 신품을 원했던 건 아니다. ‘라이카는 까도 까도 신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중고 바디라도 상태만 좋다면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또 중고 매물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모 샵에 상태 좋은 중고 M10-R 블랙 바디가 괜찮은 값에 올라와 문의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예약을 걸어둬 구매할 수 없었다. 오히려 예약에서 밀린 덕에 가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 선에서 신품을 가져올 수 있게 됐으니 감사한 일이다.
신품 박스를 까는 열망 외에도 M10-R의 유효 화소도 구매에 한몫했다. M10의 2400만 화소도 내 기준에선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종종 결과물의 주변부 배경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특정 부분만을 살리고 싶어 크롭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M10-R의 4000만 화소는 확실히 유용한 면이 있을 듯 했다. 그 외에도 후면 디스플레이에 터치 기능이 추가되고 셔터음이 좀 더 정숙해졌다고 하는데, 그다지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닌 것 같다. 어차피 M10도 디스플레이를 끄고 사용했으니까-
6000만 화소에 신품 구입이 가능한 M11이 아닌 M10-R을 선택한 이유 역시 사실 특별할 것 없다. 우선 M11 출시 이후 M10-R의 구매가가 떨어져 가격차가 있었고, M11은 하판 분리가 되지 않는 점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더 잃은 것 같아 싫었다. 공짜로 준다면 ‘정말 고맙습니다’하고 잘 쓰겠지만-
라이카 디지털은 M10, CL, D-lux 7까지 모두 블랙만 사용했던 터라 실버크롬 바디가 괜찮을까 좀 걱정도 했다. 그런데 막상 손에 쥐어보니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블랙크롬 바디보다 좀 더 클래식한 느낌에 좀 더 라이카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M-A 블랙크롬 필름 카메라와 나란히 두고 보니 블랙 페인트나 모노크롬이 아닐 바에야 확실히 디지털 바디는 실버가 낫다. 이 또한 쓰다 보면 질리는 날이 오겠지만, 그래도 신품이 아니던가-
막상 신품 바디를 들이고 나니 중고 렌즈를 마운트하고 싶진 않아 저렴한 서드파티 렌즈를 새로 장만해야 할 것 같다. 보이그랜더 녹턴 빈티지라인 35mm나 50mm 또는 울트론 빈티지라인 35mm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만만)하지 않을까 싶다.
어찌저찌 돌고 돌아 M10의 마지막 버전까지 오게 됐으니 손에 익도록 열심히 써볼 참이다. 이제는 사고 팔고 좀 그만해야겠다.
(2023.6.19. 업데이트)
고민 끝에 렌즈는 보이그랜더 울트론 빈티지라인 35mm f/2 실버를 택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값에 적당히 괜찮은 조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