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olta M-Rokkor 90mm f/4


돌아보고 싶지 않은 4월과 5월에 작별을 고하며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외출을 했다. 사진 찍으며 한가로이 거닐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냥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멀리 갈 형편이 안되니 경리단길과 해방촌에서 시간을 보냈다.

미놀타 엠로커(M-Rokkor) 40mm와 90mm를 번갈아 사용했다. 40mm의 손맛과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 90mm도 추가로 들였다. 엠로커 렌즈 가격이 워낙 착해 아예 28mm까지 구입해 써볼까 고민했지만, 28mm는 고질적인 문제(화이트스팟)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념했다.

선예도, 비네팅, 플레어, 수차 등에서의 특징과 문제점을 알 정도의 감각이나 지식이 없다보니 렌즈의 성능을 평가하긴 어렵지만, 조작하는 재미와 기록하는 의미를 쫓으며 사진을 찍는 나로서는 특별한 단점을 찾지 못했다.

물론 90mm 렌즈를 사용할 경우 RF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정확히 초점을 잡는 게 쉽지 않아 처음에 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익숙해지고 나니 그럭저럭 빠르게 초점을 잡을 수 있게 됐다.

90mm 망원렌즈의 매력은 좁은 프레임 안에 대상을 더욱 집중해서 담아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가까운 대상과 풍경을 모두 찍어보니 확실히 근거리 피사체를 표현하는 데 여러모로 유리한 것 같다. 화각이 좁아 피사체 주변 배경이 다소 어색하게 잘려나가도 아웃포커싱이 되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다.

좀 더 사용해봐야겠지만, 당장은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