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콘 F 중에서도 초기형에 해당하는 ‘Nippon Kogaku’ 각인 모델과 마침내 연이 닿았다. 니콘 F 블랙 바디의 고속셔터 구간에 문제가 있어 충무로 충일카메라에 수리를 맡기고 나오는데, 모 샵의 진열장에 말쑥하게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곤 시세보다 낮은 값에 얼른 집어왔다.
셔터막이 커튼형인 극초기형은 아니라서 사실상 후기형과 다른 거라곤 저 상판에 각인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저런 아주 마이너한 차이 하나가 매니아에겐 큰 의미로 다가온다. 시리얼 번호로 따지면 1965년에서 1966년 사이에 생산된 개체다.
저속셔터를 제외하곤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필름을 한롤 태워봐야 고속셔터에도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겠지만, 그냥 저속셔터 수리를 할 때 아예 오버홀을 진행하는 게 좋겠다 싶어 우선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는 1/125초나 1/250초 구간에 고정해 사용할 참이다.
바디 외관 상태도 굉장히 좋은 편인데, 다만 삼각 파인더(Eyelevel Finder)의 첨단 부분에 미세한 덴트가 있어 내부 스펀지 교체와 뷰파인더 먼지를 제거하는 김에 뚜껑을 열어 손을 봤다. 나사 마모도 없고 인조가죽도 본드가 아닌 양면테이프로 붙어있어 설마 내가 처음으로 열어보는 건가 싶어 잠깐 설렜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부 프리즘을 고정하는 지지대 중 하나가 반대로 끼워져 있었다.
일반인이 저지른 실수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만약 수리업자의 흔적이라면 참 안타까울 노릇이다. 레트로붐이 일면서 덩달아 필름 카메라 수리업자들도 불어난 일거리에 치여 수리를 대충대충한다는 불길한 소문이 자자한데, 제발 그냥 뜬소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린 수리비용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얼마 전까지 반도카메라 수리실장으로 계시던 분이 충무로에 ‘카메라닥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수리실을 오픈하셔서 그 곳에 라이카 M3와 니콘 FM2 수리를 맡겼다. 수집용으로 들인 것들인데 지난 여름 파인더에 곰팡이가 생겨 클리닝을 맡겼고 수리비가 적지 않게 들었다. 그래도 돈 아깝지 않을 만큼 깨끗하게 클리닝을 진행해주셔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