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것’에 대한 갈증을 또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방정맞을 정도로 허둥대고 심지어 날 선 그 잡음을 듣는 1분 남짓한 찰나가 괴로웠다. 그만 조용했으면 했다.
디지털 활자가 판치는 정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며 한탄하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나마 그 디지털 활자 덕에 잡음에 응할 준비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심적 여유와 시간이 생겼으니까-
조용한 정원 생각이 절실했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말 없는 나무, 꽃, 풀, 흙, 돌과 함께 보내는 고요한 시간이다. 잡초를 뽑고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땅을 뒤집어 엎지만 시끄럽게 구는 건 내 숨소리뿐이다. 신나게 뛰놀던 강아지들도 내가 정원에서 시간을 보낼 땐 곁에서 말 없이 잠잠하다.
정원은 책보다 더 고요하다. 글을 읽는 일은 겉으론 조용하지만 머릿속으론 분주하다. 독서가 조용한 공간을 필요로 하는 건 그만큼 안에서 부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수선한 카페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볼 때면 내 속이 다 시끄럽다.
서울집에서 내가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는 자연이라곤 거실에 놓인 볼품없이 자란 고무나무 한 그루가 전부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어도 볼 수 있는 작은 화분이라도 하나 들여야 할까 싶다.
주님, 내일을 아니 3월을 버텨낼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