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olta M-Rokkor 40mm f/2


작년 초, 라이츠미놀타 CL로 찍은 흑백사진을 보다가 당시 번들렌즈로 딸려온 M-Rokkor 40mm f/2 렌즈(‘미놀타 엠로커’)를 다시 사용해보고 싶어졌다(물론 그 렌즈는 이미 CL을 방출하면서 함께 사라졌다). 마침 좋은 물건이 올라왔길래 데려왔다. 라이카 Summaron-C와 굉장히 비슷하지만 같은 렌즈는 아니다. 또 같은 엠로커라도 버전이 여럿 있는데, 내 것은 미놀타 CLE의 번들로 나왔던 최후기형이다.

CL과 M-Rokkor 40mm f/2 조합으로 찍은 사진: 徽貞院 #4 / Han River #5 / Gwanak, Seoul

물론 디지털 바디에 물려서는 필름 그레인 잔뜩 묻은 풍화된 느낌의 사진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이미 조작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렌즈다. M10과의 매칭과 밸런스가 훌륭한 건 말할 것도 없다. 라이카 렌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엠로커는 ‘싼맛에 쓰는 렌즈’이거나 입문용 M 마운트 렌즈이지만, 내놓는 결과물만 두고 보면 오히려 라이카 렌즈에 대한 평가가 너무 후한 게 아닌가 싶다. 라이카야말로 인지적 편향의 대표적인 산물이 아니던가-

라이카를 좋아하지만 유튜브나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라이카만이 낼 수 있는 사진의 깊은 맛이 어쩌고, 라이카 렌즈의 말로 표현 못할 느낌이 저쩌고’하는 리뷰가 불편하다. 내 사진실력이 엉망이라 그런 맛이나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그 사람들이 작례라고 던지며 자랑하는 사진들에서도 특별한 점을 찾기 어렵다. 그냥 라이카라면 뭔가 다를 거라는 믿음이나 달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본인 눈에만 그런 게 아닐는지-

여하튼 사진을 돈벌이가 아닌 가벼운 취미로 즐기고 있으니 앞으로도 렌즈는 화각, 디자인, 크기 정도만 고려해 들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