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낙 IIf에 물려 사용하던 침동식 Elmar 50mm를 방출하고 한동안 ‘바르낙에 가장 어울리는 렌즈’를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고민해오다 결국 초기형 Summaron 35mm f/3.5 LTM, 일명 ‘삼반 주마론’을 들이게 됐다.
바르낙에 35mm 렌즈를 달아 사용할 경우 사진에 담고자 하는 장면이 뷰파인더에 다 담기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피사체를 중심에 두고 사진을 찍은 후에 필요에 따라 주변부를 크로핑한다면 굳이 외장 뷰파인더를 구할 필요는 없다. 물론 사진 결과물이 중요하다면 촬영 단계에서 정확한 구도를 잡고 가는 게 좋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바르낙은 결과물보다 사진을 찍는 행위에서 오는 ‘조작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카메라다.
무엇보다 삼반 주마론을 마운트한 아름다운 바르낙을 보고 있노라면 화각 문제 따위는 완전히 잊게 된다.
올드 렌즈답게 헤이즈가 조금 있지만 사진에 지장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뻑뻑한 조리개링에 기름칠을 해야 할 때 수리실을 통해 헤이즈를 제거하면 될 일이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조합이다. 렌즈 없이 구석에 놓여있던 가엾은 바르낙에 아름다운 눈을 달아준 기분이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