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팔기를 거듭하여 결국 M바디 7개와 바르낙 2개를 소유하게 됐다.
M3만 5개를 모았으니 이게 무슨 짓인가 싶지만, 나름 최상급만 수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M3가 풍년이니 M-A는 자연스럽게 필름 한롤 찍지 않은 상태로 박스에 모셔져 있다.
카메라는 사진찍는 도구에 불과한데, 어쩌다 보니 관심사가 ‘사진보다는 카메라’가 되어버린 탓에 상대적으로 렌즈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다. 그래서 라이카 렌즈와 비슷한 외형에 만듦새도 좋지만 그 값은 훨씬 저렴한 일본산 보이그랜더 렌즈를 몇 개 구입했다. 컬러스코파 50mm f/2.5 블랙과 실버를 1개씩 구해다가 M3 블랙 리페인트와 바르낙 Ⅲg에 물렸고, M10에는 헬리어 40mm f/2.8 블랙을 마운트해 사용하고 있다. 조리개값이 좋은 녹턴 클래식 35mm f/1.4도 가지고 있지만, 렌즈 후드 연결부의 변태 같은 색상이 거슬려 손이 잘 안간다.
빈티지 카메라에 투자할 만큼 바보는 아니지만, 라이카는 바디와 렌즈의 가격방어가 좋은 편이다.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구입처를 통해 되판다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 니콘 빈티지 SLR, 캐논 RF, 자이스이콘 RF 등의 경우에는 살 땐 내가 갑이지만 되팔 땐 업자가 무조건 갑이라 가격방어에서 굉장히 불리하다. 필름카메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귀찮은 네고 시도나 매니아의 지나친 꼼꼼함으로 인해 개인거래도 쉽지 않다.
당장은 남겨야 할 물건만 남겨둔 상황에 뭘 더 들일 생각도 없어서 당분간 처분을 위해 상점에 방문할 일은 없지 않을까 – 싶다가도 최근 라이카 삼반 주마론이나 엘마를 M10에 물려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누르느라 고생 좀 했다. 약 2주에 걸쳐 살까말까 고민하던 삼반 엘마가 어제 품절된 걸 보곤 내심 흐뭇했다.
M10과 리코 GR이나 부지런히 굴리면서 가진 필름카메라 하나씩 돌려써가며 그렇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