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240, M10, M10-P를 두고 두어 달 고민하다 결국 M10을 들였다.
M240은 상태 좋은 물건이 잘 없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쓸데없는 동영상 기능과 스트랩 이어 위에 부착된 플라스틱 보호 패드 그리고 후면의 D-Pad 컨트롤러 색상이 끝내 마음에 걸렸다. 오히려 남들이 꺼려하는 전면 ‘M’자나 뚱뚱한 바디 두께는 별 상관 없었지만.
M10-P의 경우에는 M10에 비해 더 정숙해진 셔터음을 빼곤 더 비싼 값을 치를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애초에 니콘 F나 FM2 같은 필름 SLR 카메라도 좋아하기 때문에 셔터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빨간 라이카 딱지가 없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마이너스였다. 필름 바디와는 달리 디지털 바디에는 빨간 딱지가 있었으면 했다.
거품이 빠지길 기다려 M11을 써볼까 고민도 했지만, 고화소에 대한 욕심도 없거니와 하판이 더는 분리되지 않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것저것 비교하고 따져가던 중 장씨에 상태가 굉장히 좋은 M10 블랙 바디가 올라왔길래 바로 구입을 진행했다.
당장 물릴 M 마운트 렌즈가 없어 급하게 그나마 저렴한 보이그랜더 녹턴 클래식 35mm를 하나 구해다가 달았다. 이미 좁은 화각은 리코 GR3x가 있어 좀 더 넓은 화각을 쓰고 싶어 28mm와 35mm를 고민하다 28mm는 별도의 뷰파인더 없이는 사용하기 번거롭다는 평이 있어 35mm를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안경을 낀 상태로는 뷰파인더에서 35mm 프레임라인을 확인하기 어려워 그 핑계로 보이그랜더 헬리어 40mm를 추가로 장만했다. M10은 40mm 프레임라인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긴 매한가지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뷰파인더를 통해 내가 담고자 하는 영역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나은 선택이지 싶다. 다만 렌즈가 워낙 작다보니 조리개링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초점링을 건드리게 되는 불편함은 좀 거슬린다.
어떤 화각이든 라이카 렌즈였다면 이런저런 불만을 애초에 갖지 않았겠지만, 허접한 사진실력을 생각해 양심상 거기까진 바라지 않기로 했다.
스트랩은 무한에서 판매하는 CURA 사나다 스트랩을 구해다가 달았다. 총장이 90cm라 길이감은 딱 좋은데, 가죽이 아니다보니 견고한 느낌은 확실히 떨어진다. 그래도 무한의 훌륭한 응대를 생각하면 그런 단점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다.
부지런히 써야할텐데, 그럴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