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y, the aesthetics of slowness


재작년 중순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필름카메라들을 수집해 직접 사용해봤다.
어쭙잖게 미놀타 X-700이나 니콘 FM2 혹은 저가 똑딱이를 한두개 굴려가며 “아, 레트로의 맛! 아, 아날로그 감성! 아, 역시 필름!”거리고 싶진 않았다. 기왕에 시작한 취미생활이니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훌륭한 기술 집약체로 평가된 카메라, 그 중에서도 민트급만 모았으니 망정이지 기준 없이 수집했다면 아마 웬만한 작은 상점보다 더 많은 양의 카메라를 보유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사용하고 싶었던 개체는 다 보유한 상태라서 당분간 바디를 늘리는 일은 없을 듯하다.

돌아보면 참 바쁜 와중에 틈틈이 충무로, 회현지하상가, 남대문을 잘도 쏘다녔다.
그 덕에 카메라 시장에서 좋은 상점과 나쁜 상점을 가려내는 눈이 생겼다. 물건을 파는 업자에게 양심이니 정직이니 운운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지만, 품위를 챙겨가며 장사를 하는 좋은 업자와 그렇지 못한 업자를 구분하는 것은 확실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반도카메라, 장씨카메라, 사진집, 무한미디어, 아트카메라 등은 좋은 상점이다.

필름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신사동의 신신칼라나 연남동의 연남필름 같은 작은 현상소가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특히 신신칼라는 개인적으로 오래오래 운영되길 바라게 되는 좋은 현상소다. 내가 사진을 현상하러 갈 때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필름을 두어개씩 꼭 구매한 것은 그런 바람 때문이다.

필름값이 깡패인 요즘엔 자연스럽게 디지털카메라를 더 들게 되지만, 필름카메라가 주는 ‘불편함과 느림의 미학’은 분명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