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은 도저히 여유를 낼 수 없어 한달 간 발걸음을 하지 못했는데, 그간 집도 나무도 강아지도 벌써 겨울색을 입었다.
‘2022’라는 숫자가 여전히 어색한데 벌써 12월이다.
2022년은 ‘거리두기의 해’였다.
어지간한 모임에 발을 끊고 사적인 만남도 가능한한 피했다.
예의상 주고받던 연락도 주지 않고 받지도 않게 되었다.
가끔 저조한 컨디션 때문에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면 오히려 그런 몸상태가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냥 만남이 좀 피곤했던 것 같다.
필요에 따라 억지로 소화하던 남의 시건방, 가식, 무염치가 질리고, 또 지척에 있는 의지할 대상에 실망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냥 많이 지쳤다.
대신 책상 앞에서 부족한 머리를 쥐어짜며 공부를 하거나 모아둔 카메라를 만지며 혼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찾았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 넘치는 서울은 뭘하든 답답한 곳일 뿐이었다.
고향집에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법정의 글을 읽으며 한번 위로 받고, 집 정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며 또 한번 위로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