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ca Minilux Zoom


내 첫 필름카메라는 더현대서울에 있는 카메라워크에서 구입한 ‘라이카 미니룩스 줌’이었다. 당시엔 필름카메라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터라 시세보다 약 2배 비싼 값에 카메라를 판매하는 곳에서 멍청한 가격을 지불하고 샀던 물건이지만, 적어도 필름사진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갈증을 해소하기엔 충분히 아름답고 기능에 충실한 카메라였다.

다만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이카 자동카메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경통 고장 문제에 대한 우려와 자동모드에 대한 회의감이 생겼고, 회현지하상가 모 샵에서 구입가의 딱 절반가격에 팔아버렸다. 그 돈은 라이카 M-A 신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 최근 문득 다시 미니룩스 줌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수동카메라의 번거로움 때문인지, 아니면 미니룩스의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별 의미없는 장비욕 때문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니룩스든 미니룩스 줌이든 라이카가 만든 하이엔드 자동카메라에 마음이 다시 동했다. 그렇게 온라인 장터와 인스타에 올라오는 물건을 주시하고 있던 중에 미사용 신품이 올라온 걸 발견하곤 그 길로 바로 데려왔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이 녀석 또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채 책상 구석에 앉아있다.

라이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