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대문 H상점에 드물게 상태 좋은 니콘 FM2 블랙 페인트 바디가 있어 데려왔다. 실버 바디는 신동급이 심심찮게 매물로 나오지만, 잘 관리된 블랙 바디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FM2는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매우 편리하면서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진 필름카메라 중 하나다. 니콘 F2, 캐논 F-1과 AE-1, 라이카 M6와 MP 등 예쁘면서도 편리하고 또 튼튼하기까지 한 카메라를 여럿 경험해봤지만, FM2 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우선 FM2는 F2나 캐논 F-1처럼 심하게 무겁지 않아 휴대하기 좋으면서도 캐논 AE-1과 같은 플라스틱 바디의 카메라에서 느껴지는 허술함도 없다. 라이카는 왠지 신주 모시듯, 아기 다루듯 해야할 것 같은 부담에 마음이 편치 않다.
FM2에 50mm f/1.4(f/1.2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를 물려 들고 나간다면 나 같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꽤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김홍희 작가같은 전문가의 손에서라면 명작을 만들어주는 그런 카메라이기도 하다.
FM2 블랙 바디를 사용해보니 FM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혹자는 FM2가 셔터속도 등 성능의 측면에서 FM보다 더 우수하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거의 사용할 일 없는 셔터 구간(1/4000, 1/2000)이 있고 없고의 문제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FM이 더 많은 황동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좀 더 클래식하면서도 FM2와 비등한 수준의 카메라를 찾는다면 FM이 그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격 면에서도 FM2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부담을 확 내려놓고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니콘 FM2가 왜 최고의 필름카메라 중 하나인지는 써보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다. 이미 FM2 실버 바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블랙 바디를 하나 더 들이게 된 것은 단순히 장비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모든 카메라를 처분하고 실사용할 딱 한 대를 남겨야 한다면 결국 FM2를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