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가장 마음이 가는 카메라는 자이스이콘의 콘탁스 IIa와 IIIa가 아닐까 싶다.
라이카 M 시리즈와 바르낙, 니콘의 S 시리즈 등과 비교할 때 콘탁스는 굉장히 매력적인 RF 카메라다.
저렴한 몸값, 빼어나게 아름다운 디자인과 크롬 코팅, 수직주행 메탈 포컬플레인 셔터의 정숙한 동작과 소리, 외관을 감싼 고급 양가죽 스킨 등 장점이 많다.
물론 단점도 있다. 라이카 M3나 니콘 S 시리즈에 비해 상태 좋은 개체를 찾기 어렵고, 파인더 역시 너무 작아 빠른 촬영이 쉽지 않다. ‘자이스 혹(Zeiss Bumps)’이라고 부르는 뒷판 가죽의 들뜸 현상은 귀족병이라지만 딱히 보기 좋진 않다.
그럼에도 콘탁스 IIa와 IIIa가 지닌 여러가지 장점 그리고 거의 번들렌즈 마냥 딸려있는 조나(Sonnar)를 경험하고 나면 이 카메라의 단점은 거의 생각하지 않게 된다.


사실 콘탁스 RF 카메라의 매력을 처음엔 잘 몰랐다. 충무로에서 처음 구입했던 IIa는 전구간 셔터 스피드가 정확하지 않았고, 스킨이나 크롬 도금에도 데미지가 많았던 소위 전투용으로 굴려먹던 개체에 가까웠다. 그걸 팔아버리고 한동안 콘탁스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우연히 콘탁스 RF와 조나 렌즈 전문가로 잘 알려진 ‘리얼렌즈’ 사장님의 열정이 녹아든 글을 읽고 마음이 다시 동했다.
최근 온라인 상점과 장터를 통해 상태 좋은 IIa와 IIIa를 구했다. 리얼렌즈에서 IIa 1대를 이미 구입했고, 또 1대를 예약해뒀다. 다른 온라인 장터에서 IIa와 IIIa를 각각 1대씩 구했는데, 판매자들이 모두 열심히 사진생활을 해온 분들이라 기분 좋게 거래할 수 있었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콘탁스 RF. 라이카의 M3와 일본 SLR 카메라들이 등장하면서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져버린 비운의 명기이지만, 여전히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사랑받는 전설의 카메라이기도 하다. 손에 쥐고 있노라면 아주 어릴 적 향수가 마음을 덮쳐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