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카 충무로 스토어(반도카메라)에서 오래도록 같이 갈 라이카 M3를 데려왔다.
111만번대 시리얼 번호, 완벽한 상태의 파인더와 볼커나이트, 정확한 저고속 셔터, 정숙하지만 견고한 와인딩 레버, 구성품으로 박스와 보증서까지.
전주인(들)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황동바디 전체를 보호필름으로 감싸둔 탓에 1965년에 생산된 물건으로 보기 어려울만큼 깨끗한 외관을 자랑한다. 57년 동안 박스 안에만 있었다면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겠지만, 스트랩고리에 남은 흔적들로 보아 그 긴 세월동안 잠만 잤던 녀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녀석을 데려오기 위해 구입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기존 M3 바디, 엘마 50mm 렌즈, 디지털 CL 바디, 니콘 F2를 방출했다. 말도 안되는 거래이지만, 그만큼 이 녀석 몸값이 높았다. 일반적인 M3 값의 2배 조금 못 미치는 가격이었다.
내가 이 말도 안되는 값으로 새로운 M3를 들인 것은 정말 평생 같이 갈 M3를 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CL이 두 대나 있어 한 대가 노는 상황이었고, 니콘 F 시리즈가 불필요하게 많았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불과 며칠 전 데려온 M3도 상당히 좋은 컨디션의 물건이었지만, 실사용의 흔적이 여기저기 있어 ‘소장품’으로 여기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추가적인 지출은 없게 하자는 생각으로 반도카메라에 방문했고, 다행히 매입을 통한 교환 방식으로 추가적인 비용 발생 없이 거래할 수 있었다. 방출한 녀석들의 구입가를 고려하면 개인적인 손해는 있었지만, 그래도 적당한 값에 매입해준 반도카메라 매니저님에겐 고마운 마음이다.
새로 합류한 M3를 단순히 관상용으로 둘 생각은 없다. 멋진 가죽케이스를 입혀 계속해서 빛을 보게 할 생각이다.
여담으로, 최근 카메라 중고 거래를 진행하면서 ‘이득이 되는 거래는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카메라 중고거래는 본전을 뽑기 어려운 구조라서 금전적 손해가 반드시 뒤따른다. 빈티지 라이카 필름 카메라 군을 제외하곤, 구입할 때 지불한 가격보다 심하면 반값도 받지 못하고 판매를 해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유튜브를 보면 ‘돈이 되는 카메라’들을 소개하는 업자들이 있지만, 그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의 제품에만 국한된 의미없는 이야기다.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한 투자목적으로 빈티지 카메라를 수집하는 건 바보짓이다.
물론 그 값이 천만원을 우습게 넘기는 카메라를 집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수년에서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 매물로 내놓는다면 돈을 버는 수도 있겠지만, 그건 투자로 보기 어렵다.
상점에 따라 매입이 불가한 제품도 종종 있다. 상점이 필름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는 정도에 따라 내가 팔고자 하는 물건을 팔 수도, 팔지 못할 수도 있다. 또 특정 제품이 이 상점에서는 수십만원에, 저 상점에서는 몇 만원에 거래될 수도 있는데, 이건 해당 제품을 특별히 찾는 수집가의 동선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일례로, 내가 소유한 (좋아하는 이들만 좋아하는) 캐논의 바르낙 스타일 레인지파인더를 A 상점에서는 매입이 불가하다고 한 반면에, B 상점에서는 처음 구입가의 70%에 매입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만약 카메라를 되팔고 싶다면 구입처에 매입을 요청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게 그나마 처음 구입가의 70~80%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다. 문제는 상점마다 현금보유 상황이 크게 달라서 곧바로 매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반도카메라나 라이카 직영 스토어는 예외이지 싶다.
난 애초에 투자 목적이 아닌 취미생활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기종과 신품에 가까운 컨디션에 해당하는 카메라’만을 구입해왔다(저걸 왜 샀을까 싶은 카메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한번 데려온 물건을 내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번 M3처럼 새로운 카메라를 들이기 위해 필요성이 적은 것들을 내놓을 때가 종종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손해가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