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망 기술이 국제정치, 특히 국제안보 이슈로서 쟁점화된 것은 2018년부터 시작된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계기였다. 중국의 5G 통신망 기술과 장비가 국가정보 탈취와 국가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격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위협론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은 화웨이, ZTE 등의 5G 관련 장비 사용을 금지하였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중국 방위산업 및 기술기업 59곳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5G는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경쟁의 발화점이 된 기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5G 통신망 기술이 이처럼 단기간에 국제정치의 주요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크게 기술 측면과 거버넌스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기술 측면에서 5G 통신망은 기존의 4G와는 달리 통신망을 이루는 네트워크가 분산 클라우드 기반의 코어(core, 핵심부) 네트워크, 즉 코어 기능의 지역적 분산화가 이루어진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코어와 에지(edge, 주변부) 간 경계가 흐릿해짐에 따라 네트워크의 일부분이 공격 당할 시 전체 네트워크가 손상될 위험이 커졌다. 더욱이 4G보다 20배 더 빠른 속도와 10배 더 많은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접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DDoS 공격의 강도를 높이는 위험 역시 낳고 있다. 국가 핵심 인프라 구축과 주요 산업에 5G 통신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술적 특성은 해당 기술이 단기간 내에 국가안보 취약성 문제와 연계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국가 간 갈등 문제와 연계되었다.

한편 정부들이 5G 통신망 기술에 대한 거버넌스, 특히 관련 장비 개발과 보안 표준화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함에도 이를 간과한 것 역시 미중 경쟁의 무게가 5G 통신망 부문으로 빠르게 옮겨오게끔 하는 데 이바지하였다. 전술한 기술적 특성 외에도 5G 통신망은 물리적 장비 중심이 아닌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Network Function Visualisation) 기술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소프트웨어 인프라에 한층 더 의존적인데, 소프트웨어 개발은 보안과 품질의 측면에서 관리와 통제가 더욱 어렵다. 따라서 제조사들이 보안 및 품질 기준에 맞는 장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거버넌스 마련이 중요하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들은 화웨이 사태로 인해 5G 기술에 대한 안보적 우려가 대두되기 이전까지 장비 개발과 보안 표준화를 관리할 거버넌스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였고, 이는 결국 5G 기술에 안보담론의 무분별한 생성과 확산으로 이어졌다.

5G 통신망이 국제정치적 갈등 요인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를 기술과 거버넌스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이를 완화할 수 있는 해결책 역시 그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기술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점들은 기술 진보에 따라 점차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시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기술 진보에 의한 문제점들은 결국 기술이 더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해결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현재 5G 기술의 보안 표준화는 이동통신기술 관련 단체 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져 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국제 이동통신 표준화 협력기구인 3GPP는 2021년 6월 5G 기술규격 개발을 위한 ‘5G Advanced’ 표준화를 시행하기로 하였으며, 유럽에서도 유럽집행위원회, 역내 관련 제조사, 통신사, 서비스 사업자,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5G PPP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NGMN Alliance, GTI, XR Alliance 등도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데 노력해오고 있는데, NGMN Alliance는 2021년 2월 백서 발간을 통해 ‘5G 옵션 4’를 제시하였고, GTI 역시 비슷한 시점에 ‘5G 진화를 위한 백서’를 발간하였다. 최근 한국의 3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역시 이러한 글로벌 협력체를 통한 표준화에 참여를 결정하였다.

이렇듯 비국가 행위자들이 중심이 되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통한 5G 기술의 표준화 노력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가 간 협력은 미중 경쟁으로 인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미 미중 경쟁이 5G 통신망 부문을 넘어 거의 모든 첨단기술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디지털 분야 역시 글로벌 공급사슬의 양분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이 국경을 넘는 협력을 바탕으로 표준화를 이루어내더라도 국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의 가능성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5G 통신망을 위한 국제 거버넌스는 미중 경쟁, 좀 더 구체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그 성패가 달려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중국 옥죄기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기에 그 전망이 당장은 어둡기만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