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두 달 간 필름카메라 신동품을 찾아 남대문과 충무로를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사진은 정말 멋지고 즐거운 취미이지만, 필름사진은 상당히 위험한 취미다. 필름이 비싸고 장비는 더더욱 비싸기 때문에. 더구나 자동이든 수동이든 신품에 가까운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값에 구하기가 애당초 쉽지 않다. 수요는 갈수록 느는 데 반해 구입 가능한 물건은 한정돼 있다보니 쓸만한 중고 필름카메라 값은 오늘이 항상 최저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명인이 특정 카메라를 사용하게 되면 해당 제품 몸값은 순식간에 3배도 훌쩍 넘게 뛰어버린다. 콘탁스나 라이카의 P&S 제품들이 대표적인 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동급 필름카메라를 구하는 건 특히 더 어렵다. 정확히 말해, 제품을 찾기도 어렵고 가격이 높아 예산에 맞춰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신동급이 아니더라도 내부적인 결함이나 고장이 없다면 사용감 있는 물건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대충 쓰다 되팔 게 아니라면 사용감이 거의 없거나 신품에 준하는 물건이 아무래도 좋겠다 싶어 시간을 쪼개 여기저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무슨 이유에서 사진 찍는 것에, 특히 필름카메라에 이토록 빠지게 되었을까.
필름사진이 주는 매력도 매력이지만, 그보다는 카메라로 일상을 담아내는 사진생활이 서울에서의 힘겨운 시간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에도 관심이 생겼고, 결정적으로 생일선물로 라이카 똑딱이 D-lux 7을 받게 된 것이 화근이 됐다. D-lux 7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CL을, CL의 셔터 소리에 반해 결국 수동필름카메라로 넘어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필름사진 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연 장비욕이다. 일회용카메라도 사용하는 필름에 따라 좋은 사진을 낼 수 있지만, 희소한 기계를 수집하는 데서 오는 희열을 한번 느끼고 나면 결과물보다 수단에 더 집착하게 되는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호주 멜버른에서 유학하던 20대 초반에도 캐논 DSLR 카메라와 함께 불필요할만큼 값비싸고 큰 렌즈들을 가방에 넣고 쏘다니는 허세를 부렸던 적도 있지만, 그때도 장비에 대한 욕심이 이렇게 심하진 않았다. 그런데 필름카메라는 구할 수 있는 물건이 한정돼 있고 따라서 가격 역시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신동품은 더더욱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조바심을 냈다.
난 사진작가도 아니고, 사진 실력이랄 것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 좋은 카메라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지만, 때깔 곱고 묵직한 카메라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이리저리 만지작 거릴 때 느끼는 그 만족감 때문에 당장은 이 위험한 취미를 포기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