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 슬픈 일들이 있다. 그래도 때때로 꿈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충족되는 가운데 찾아오는 행복이 있다. 그 행복이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해도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다. 이 행복은 잠시 동안은 참으로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한곳에 머무를 수 있는 고향이 생긴 기분, 꽃들과 나무, 흙, 샘물과 친해지게 되는 기분, 한 조각의 땅에 책임을 지게 되는 기분, 오십여 그루의 나무와 몇 그루의 화초, 무화과나무나 복숭아나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기분은 그런 것이다.”

헤르만 헤세,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中

무척 당혹스러웠다. 사실 당혹스러움보다는 숨이 미친듯이 가빠지며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두려움이 더 컸다.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이 마음의 병이 된 것이다. 마음에게 참 미안한 노릇이다.

장성집 정원에 두고 온 돌, 나무, 꽃, 흙이 눈에 밟혀 기회만 되면 기차를 타고 고향을 오고 갔던 건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시킨 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