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0여명이 넘는 예멘 국적의 난민들이 무사증제도를 통해 제주도에 대거 유입되면서 난민문제가 한국의 국가적 난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자국민 우선주의를 앞세워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과 인도주의적 수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난민 관리와 여론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된 난민 신청자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향후 추가적인 난민 유입에 대처할 방안 역시 마련되고 있지 않아 사회적 불만과 우려는 점점 더 커져만가고 있다. 속이 타는 건 먼 나라 낯선 섬에 갇힌 예멘 난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이번 예멘 난민사태는 지금까지 난민의 집단적 유입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한국 역시 더 이상 난민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중견국(中堅國)으로서 한국이 문제해결을 위해 취해야 할 입장과 대응책이 무엇인지 역시 묻고 있다.

난민문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불법이주나 초국적 인신매매 등 기타 인구이동의 문제들과 함께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난민문제에서 자유로웠던 한국에서는 난민에 대한 안보적 차원의 인식과 담론이 제대로 형성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난민의 지속적인 유입이 사회적 갈등과 테러 위협을 증가시킬 것이라 주장하는 강한 여론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주로 ‘가짜 뉴스’나 괴담에 근거한 ‘난민 혐오(refugee phobia)’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안보적 인식으로 보기 어렵다.

정부 역시 난민문제를 단순히 인권과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다보니 난민을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듯하다. 그게 아니라면 지지율 하락이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중견국이자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한국은 난민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으며 동시에 난민 수용이 자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렇게 국제사회의 기대와 국내적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야하는 상황에서는 난민을 수용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의 핵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가 해마다 급증하는 현실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위협을 고려할 때 난민 수용-불수용의 문제에만 매달리는 것은 현명한 대처라 할 수 없다.

난민문제에 대응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문제가 지닌 잠재적 위협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위협이 재난의 형태로 발전할지의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정부와 학계가 함께 노력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문제에 대한 안보적 인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난민문제는 기본적으로 국경을 넘어 발생하는 초국적 난제이기 때문에 그 대응책 역시 초국적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단일 국가의 정부 주도적 형태가 아닌 시민단체, 정부, 국가 간 협의체, 국제기구 등 다양한 국내외 행위자들이 상호 협력해 만들어내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난민문제의 실재적이고 복합적인 위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국가적 차원의 특별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슬람권 출신 난민들에게 한국은 종교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메리트가 없으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발언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