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학파의 안보화 이론: 정치적 안보와 사회적 안보


주요 내용과 가정

코펜하겐 학파(Copenhagen School)는 군사적이고 국가 중심적인 전통 안보 개념이 비군사적 위협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였다. 코펜하겐 학파에 따르면 안보 문제는 단순히 군사적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비군사적 영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안보 문제는 군사(military), 사회(societal), 환경(environmental), 경제(economic) 그리고 정치(political) 이렇게 다섯 가지 ‘분야(sector)’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안보 문제가 이 다섯 가지 분야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그 문제의 위협에 노출된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된다(Buzan, Wæver and de Wilde 1998). 그러나 특정한 안보 문제가 꼭 이 다섯 가지 분야 중 하나에만 관련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그 문제가 가지는 위협의 속성 역시 특정 분야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안보 문제가 군사적 영역에서 발생했을지라도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환경적 혹은 경제적 위협 역시 가할 수도 있다. 코펜하겐 학파가 안보를 분야의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이유는 특정한 안보 문제를 다섯 가지 다른 분야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분석함으로써 그 문제가 가지는 위협을 더 깊고 자세히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코펜하겐 학파가 안보의 범주를 확장시키는 주된 목적은 다양한 형태의 ‘위협’과 그 복잡한 속성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코펜하겐 학파가 안보의 범주를 군사적 영역과 비군사적 영역을 모두 포괄하게끔 확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안보가 ‘생존’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국가 중심적 안보론과 뜻을 같이 한다. 다시 말해 코펜하겐 학파의 시각에서 특정한 문제가 안보 문제로 격상되기 위해서는 어떤 지정된 대상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보여져야한다. 즉,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여겨져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문제의 위협이 꼭 실존할 필요는 없으며, 위협의 수준이 지정된 대상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만큼 심각하고 위급하다고 여겨져 실존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이해’된다면 이는 실존하는 위협이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안보적 영역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일종의 자격을 얻게 된다.

이렇게 특정한 문제가 안보적 위협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코펜하겐 학파는 안보화 행위자(securitiser/securitising actor)와 안보의 대상(referent object) 그리고 수용자(audience)의 역할과 이들의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먼저 안보의 대상이란, 실존하는 위협에 노출되었거나 그러한 위협으로부터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여겨지는 개인이나 집단 혹은 사물이나 현상 등을 의미하며 이러한 안보의 대상은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생존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전통적인 국가 중심적 안보론과 달리 코펜하겐 학파는 안보의 대상을 주권국가에 국한시키지 않으며, 앞에서 설명한 안보의 다섯 가지 분야에 따라 다양한 안보의 대상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군사적 안보 분야에서 안보의 대상은 주로 국가를 의미하는데, 국가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독립체나 군대(armed forces) 그 자체 역시 안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안보 분야와 사회적 안보 분야를 예로 들어 본다면, 정치적 안보 분야에서는 주로 국가의 구성 원리(constituting principles), 즉 국가의 주권이나 사상 혹은 이념 등이 안보의 대상이 된다. 반면 사회적 분야에서는 안보의 대상을 거대한 규모의 집단 정체성으로 규정하는데, 여기서 집단 정체성은 국가의 경계영역을 넘어서도 기능할 수 있는 민족(nation)이나 종교 등을 주로 의미한다. 결국 코펜하겐 학파는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안보 위협의 범위를 넓히는 것과 동시에 안보의 다섯 가지 분야에 따라 다양한 안보의 대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코펜하겐 학파가 이야기하는 안보화 행위자는 특정한 문제나 현상을 안보 문제로 격상시키기 위해 그 문제의 실존하는 위협이 어떤 지정된 안보의 대상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행위자이다. 안보화 행위자의 역할은 따라서 어떤 문제를 지정된 안보의 대상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묘사하고 소개하는 것, 즉 안보화 행위(securitising move)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나 정치인, 관료, 로비스트 등 권력 행사가 가능한 개인이나 집단이 주로 안보화 행위자로 통한다. 여기서 권력 행사의 가능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특정한 문제를 안보 위협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권력에 기반을 둔 높은 지위나 존재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안보화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필요한 ‘비상조치(emergency measures)’의 도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도 역시 권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수용자란, 안보화 행위자가 안보 영역에서 다루기를 원하는 특정한 문제와 관련이 있거나 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의미하는데, 안보화 행위자- 주로 국가 -가 특정 문제를 안보 문제로 격상시키는 데에 필요한 정치적 지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문제의 실존적 위협이 안보의 대상을 위협하고 있으며 따라서 비상조치를 통해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한다’는 안보화 행위자의 주장을 수용하고 그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보냄으로써 안보화 행위자의 결정- 주로 비상조치의 도입 –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수용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안보화 행위자가 특정 문제를 안보화하는 과정에서 수용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할 경우, 그 문제는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따라서 안보 문제로 격상될 수 없다. 결국 안보 문제의 실존적 위협이라는 것은 안보화 행위자와 수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간주관적으로 구성되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코펜하겐 학파의 안보론의 핵심은 단순히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는 안보적 사안이 아니었던 문제가 안보 영역으로 옮겨져 안보 문제로 다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 즉 ‘안보가 구성되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코펜하겐 학파에 따르면 특정 문제는 총 세 가지 수준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데, 이는 비정치적(non-politicised), 정치적(politicised), 그리고 안보적(securitised) 수준이다. 먼저 비정치적 수준의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없거나 대중적 담론의 주제가 될 만한 무게를 지니지 않은 사안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문제의 심각성이 무겁지 않다고 여겨질 경우 그 문제는 주로 비정치적 수준에 머물게 된다. 두 번째 정치적 수준의 문제란, 국가의 일반 정치 체계(normal political system)에서 다루어지는 사안을 의미하는데, 비정치적 수준에 머물던 문제의 위협이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발달하여 공론화되고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질 때 비로소 정치적 문제로 거듭나게 된다. 정치적 수준의 문제는 주로 국가의 공공정책을 통해 관리된다. 이렇게 정치화된 문제가 특정한 대상의 생존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사안으로 여겨짐과 동시에 더 이상 국가의 일반 정치 체계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그 문제는 안보 문제로 격상된다. 이미 정치화된 문제가 안보 문제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안보화 행위자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이 도입하고자하는 비상조치- 국가의 일반 정치 체계의 역량을 벗어나는 정책이나 전략 -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실존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안보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비상조치는 흔히 국가의 일반 정치 체계의 원칙(rules)과 절차(procedures)를 넘어서는 정책이나 전략의 수행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내외적인 반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군다나 그 비상조치가 문제시되고 있는 안보적 사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행위자들의 희생을 필요로 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떠한 비용을 전제로 할 경우, 비상조치의 도입을 정당화하는 작업은 더욱 중요해진다. 따라서 안보화 행위자는 자신이 도입하고자하는 비상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1.본 문제는 안보의 대상을 실제로 위협하고 있으며, 2.국가의 일반적인 정치 체계에서는 다룰 수 없을 만큼 심각하고 시급한 수준의 안보적 사안이라는 점’을 문제와 관련된 수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한다. 여기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갈 부분은 안보화 행위자가 비상조치의 도입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비상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안보화 행위자는 구태여 ‘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반 정치 체계를 넘어서는 특별하고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 단지 문제의 실존적 위협을 알리고 그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일반 정치 체계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비상조치의 도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안보화 행위자가 수용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안보화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안보화 행위자는 화행(speech act)을 사용한다. 화행이란 간단히 말해 특정 문제를 위협화하는 언어적 표현이다. 화행은 ‘생존’이나 ‘실존적 위협’ 그리고 문제의 ‘우선권(priority)’ 등을 내포하는 수사적 구조의 발화(utterance)를 의미하며,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식의 담론을 형성하고 이를 수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안보적 담론의 핵심은 결국 특정 문제의 위협을 과장하여 최우선적 사안으로 비춰지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비군사적 분야에서 발생한 어떤 문제를 안보 문제로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 화행을 통해 안보적 담론을 형성해야만 한다. 따라서 안보화 행위자는 특정 문제의 위협을 묘사함에 있어 ‘안보’를 이야기함으로써 위협에 대한 공유된 이해와 인식 혹은 두려움을 자신과 수용자 간의 관계 속에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펜하겐 학파는 ‘안보’를 말하는 행위가 단순히 묘사의 기능을 넘어 실천적 기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코펜하겐 학파가 이야기하는 화행은 언어적 표현에 국한된 개념이지만, 안보화가 단순히 언어의 사용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안보적 언어를 사용하는 ‘발화 행위’ 이외에도 위협에 대한 공유된 이해와 인식 혹은 두려움을 확산시킬 수 있는 다른 형태의 행위가 존재한다면 이 역시 안보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안보화 행위자의 일상적 실천(routinised practice)은 발화 행위만큼이나 강력한 안보화 수단이 될 수 있는데(McDonald 2008), 예를 들어 이슈화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은 담화나 연설 등 직접적인 발화 행위를 통해서도 전달될 수 있지만 특정한 정책이나 전략의 수행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

정치안보 분야

코펜하겐 학파가 이야기하는 정치적 안보(Political Security)는 정치적 구성단위(political units)의 조직적 안정성(organisational stability)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핵심에는 국가 주권에 대한 위협을 두고 있다(Buzan, Wæver and de Wilde 1998: 141). 정치적 안보 분야는 국가 주권에 대한 비군사적 위협(non-military threats)에 주목하는데 이는 국가 주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군사적 안보 분야에서 다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학파를 대표하는 배리 부잔(Barry Buzan)은 정치적 위협은 국가의 조직적 안정성을 겨냥하는 위협이며 국가의 정체성(national identity)과 조직 이념(organising ideologies)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제도(institutions)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한다(Buzan 1991: 118-119). 더 나아가 부잔은 국가 역시 결국 정치적 구성단위이기 때문에 정치적 위협은 군사적 위협만큼이나 국가 주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정치적 안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펜하겐 학파가 의미하는 ‘정치’의 개념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코펜하겐 학파의 관점에서 본 정치의 개념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권위의 제도화(a relatively stable institutionalisation of authority)’를 의미하며, 이는 권위에 대한 승인(recognition)이나 지지(support) 혹은 정당성(legitimacy)을 부여하거나 거부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Buzan, Wæver and de Wilde 1998: 141, 143). 이러한 맥락에서 정치적 구성단위란 실체적 영토 내에서 강압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다수로 이루어진 집단(들)을 통치하는 데 필요한 정치논리에 따라 행동하는 조직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치적 구성단위는 근대 주권국가가 아닌 다른 형태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Buzan, Wæver and de Wilde 1998: 143).
정치적 안보란 따라서 정치적 구성단위의 생존이며, 더 정확히는 정치적 구성단위의 정체성과 이념 그리고 이를 나타내는 제도의 생존을 의미한다. 코펜하겐 학파는 정치적 구성단위를 주로 근대 주권국가로 보기 때문에 국가의 정체성과 그 근간을 이루는 이념, 그리고 이를 드러내는 국가 제도를 정치적 안보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국가가 그 지위(statehood)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구성적 요소를 위협하는 문제를 정치적 안보 위협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잔은 정부의 특정한 정책에 압력을 가하는 행위나 정부 타도, 분리주의(secessionism) 조성 등 국가의 정치적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문제들은 모두 정치적 위협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Buzan 1991: 118-119). 물론, 정부의 정책에 압력을 가하는 모든 행위를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특정 정책에 압력을 가하는 행위가 국가주권, 국가정체성, 국가조직이념 등 국가의 조직적 안정성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위협할 수 있다면 이는 정치적 안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안보의 대상을 국가의 조직적 안정으로 본다면, 안보화 행위자는 당연히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특정한 문제가 국가의 정치 체계를 위협하거나 국가와 정부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념 등을 위협한다고 여길 시 적절한 안보적 주장을 사용하여 해당 문제를 국가에 대한 정치적 안보 위협으로 격상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특정한 비군사적 문제가 국민 다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안보적 사안으로 격상시키고 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Buzan 1991: 100).

사회안보 분야

사회적 안보(Societal Security)는 특정한 공동체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으로서 변화하는 환경과 잠재적 혹은 실존적 위협으로부터 한 사회의 본질적인 속성을 보호하는 것으로 정의된다(Wæver et al. 1993: 23). 즉, 한 사회의 집단 정체성(collective identity)을 지키는 것이 사회적 안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안보의 대상은 사회적 집단(collectives)과 그 집단의 정체성(collective identity)이며, 좀 더 추상적이게는 ‘우리(we)’라는 정체성이 위협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다수로 이루어진 사회적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사회적 안보는 정체성 안보(identity security)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한 가지 주의할 부분은 한 국가의 인구(state population)를 사회적 안보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인데, 이는 한 국가의 인구가 항상 하나의 통일된 집단 정체성에 기초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국가의 인구는 다양한 종교나 언어 혹은 인종에 의해 구성된 여러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코펜하겐 학파는 사회의 개념을 국민(nation)의 개념과 항상 동일시하지 않는데 이는 코펜하겐 학파가 주목하는 ‘사회’의 개념이 영토나 제도에 구속된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위협(Societal threat)은 따라서 이미 구성되어있는 ‘우리(we)’라는 공유된 집단 정체성을 와해시키거나 그러한 집단 정체성이 구성되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사물이나 현상 혹은 행위로 볼 수 있다. 코펜하겐 학파가 사회적 위협으로 구분하는 다양한 문제들 중에서 특히 이주(migration)의 문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코펜하겐 학파에 따르면, 이주의 문제는 한 지역 혹은 국가에 속한 어떤 A라는 인간 공동체가 B라는 다른 인간 공동체의 급격한 유입(influx)으로 인해 수적 열세를 경험하게 되면서 그들만의 본질적인 속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즉, A의 구성원들과 B의 구성원들이 한 지역 혹은 국가 내에서 서로 섞이는 과정에서 B의 수가 A를 압도하게 되면서 A의 구성원들끼리만 공유하던 민족성, 종교, 문화, 언어, 사상, 종교 등이 위협받게 되고 그로 인해 A만의 정체성이 와해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Buzan, Wæver and de Wilde 1998: 121).

사회적 위협에 노출된 집단 공동체, 혹은 사회는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그 위협에 대처하거나 해당 문제를 국가적 차원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사회적 안보 분야가 아닌 정치적 안보 혹은 군사적 안보 분야로 옮겨 이를 관리하는데(Buzan, Wæver and de Wilde 1998: 122), 이 또한 이주의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주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 공동체 간의 분쟁이나 타협을 통해 처리될 문제이지만, 이주의 문제가 가지는 위협이 심각하거나 혹은 심각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국가가 나서서 이민법을 수정하거나(정치적 안보) 국경을 통제하는 방식(군사적 안보)을 통해 이를 완화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사회적 안보 분야에서의 안보화 행위자는 위협에 노출된 사회이거나 그 사회가 속한 국가(정부) 일수도 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룸에 있어 ‘우리’와 ‘그들’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 정치인이나 언론 역시 강력한 안보화 행위자가 될 수 있다(Buzan, Wæver and de Wilde 1998: 124).

참고문헌

Buzan, Barry. 1991. People, States and Fear: An Agenda for International Security Studies in the Post-Cold War Era. 2nd ed. Boulder, Colorado: Lynne Rienner Publisher.

Buzan, Barry, Wæver, Ole and de Wilde, Jaap. 1998. Security: A New Framework for Analysis. Boulder, Colorado: Lynne Rienner Publisher.

McDonald. M. 2008. “Securitization and the Construction of Security.” European Journal of International Relations, 14(4), pp.563-587.

McDonald, M. 2011. “Deliberation and Resecuritization: Australia, Asylum-Seekers and the Normative Limits of the Copenhagen School.” Austral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46(2).

Wæver, Ole, Buzan, Barry, Kelstrup, Morten and Lemaitre Pierre. 1993. Identity, Migration and the New Security Agenda in Europe. London: Pinter.